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확대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특수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세아베스틸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소재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업체들은 내심 반기고 있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 4분기 충남 당진제철소에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주요 설비에 대한 발주도 4분기 이뤄질 예정으로, 전기로를 제외한 압연설비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게 된다. 전기로는 가동이 중단된 기존 B열연 전기로(150t)를 활용할 예정이다.
약 1조원이 투자되는 특수강 공장은 2015년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신규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현대제철은 부동의 특수강 2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특수강은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의 핵심부품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이 부동의 1위 기업이다.
◇세아베스틸 독점체제 ‘흔들’
국내 특수강 시장은 사실상 세아베스틸이 독점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특수강 생산능력(2012년기준)은 연산 220만t 규모로, 국내 생산능력(335만t)의 65.7%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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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 봉강업체 판매실적 및 시장 점유율(2012년, 철강협회 자료) |
판매 역시 비슷하다.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특수강 판매량은 국내 전체 판매량(232만t)의 65.9%인153만t이다. 수입산을 포함한 시장점유율은 47%이다.
현대제철(28만t)과 포스코특수강(19만t), 동일산업(15만t), 진양특수강(11만t), 동일철강(4만t)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세아베스틸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세아베스틸은 오는 7월 경남 창녕에 연산 7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신규 가동할 예정으로, 1사 독점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국내 특수강 시장의 이 같은 기형적 구조는 세아베스틸을 최고의 수익성을 갖춘 알짜기업으로 만들었다.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8%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포스코(7.9%)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0년(10.8%)과 2011년(12%)에는 사상 최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10%를 넘었다.
1955년 설립된 세아베스틸은 기아특수강 시절인 1982년 특수강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세아그룹에 편입된 이후 사업확장을 지속해 국내 최대 특수강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확대로 국내 특수강 시장은 세아베스틸 독점체제에서 세아베스틸-현대제철 2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더구나 현대제철은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세아베스틸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수강의 최대 수요처는 자동차이며, 세아베스틸의 자동차 업계 공급 물량 중 70~80%가 현대차 물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특수강 시장은 세아베스틸이 독보적인 1위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을 확대하면 시장지배력이 약화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특수강업체 표정관리..수요업체 환영
세아베스틸과 달리 중소 특수강 업체들은 현대제철의 증설이 나쁘지 않다. 동일산업과 진양특수강, 동일철강, 광진실업 등 중소 특수강 업체들은 반제품인 빌렛과 블룸 등의 소재를 사다 2ㆍ3차 가공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는 단순 압연업체들로, 소재 조달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특수강 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사는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포스코특수강 정도에 불과하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시장구조로, 가격과 물량 등에서 공급사들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수입을 통해 소재를 조달하고 있지만, 환율변동과 품질문제 등 리스크가 큰 편이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확대는 중소 업체들이 소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은 소재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중소 특수강 업체들은 세아베스틸을 비롯한 몇몇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소재 공급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소 업체들로서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확대가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수요업체들도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확대를 반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의 핵심부품에 들어가는 소재로, 자동차의 품질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을 확대해 경쟁체제가 되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처 :
NEWSPIM
[철강 솔로스틸]